[COMMUNICATION] 아일릿(ILLIT)으로 알아보는 Future Funk [빌려온 고양이]

고양이로 돌아온 아일릿
아일릿(ILLIT)이 새로운 디지털 싱글 ‘빌려온 고양이 (Do the Dance)’로 돌아왔다. 2025년 6월 발매된 이 곡은 수줍고 어색한 감정을 ‘빌려온 고양이’라는 비유로 풀어내며, 특유의 경쾌함과 소녀 감성을 잃지 않는다. 곡의 분위기와 가사는 사랑의 시작점에서 느껴지는 낯섦과 기대감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아일릿만의 상큼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트랙이다. 곡의 사운드는 팝을 기반으로 하되, 퓨처 펑크 특유의 몽환적인 질감을 녹여내며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특히 가사에 프랑스어(J’aime danser avec toi)와 영어를 자연스럽게 섞어 글로벌한 감성을 드러낸 점이 눈에 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는 무대 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실제로 ‘빌려온 고양이’는 엠카운트다운, 인기가요, 쇼! 음악중심 등에서 활발히 선보여졌으며, 고양이 발차기 안무와 마법소녀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팬들의 큰 반응을 얻었다. 또한 이미 성공을 거둔 이전 곡 “Tick Tack”과 유사한 후렴을 가져오며 익숙함 또한 챙겼다.

애니메이션 사운드의 샘플링
이번 곡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 애니메이션 '파이브 스타 스토리(ファイブスター物語)'의 OST ‘優雅なる脱走(우아한 탈주)’를 샘플링했다는 사실이다. 1989년 개봉된 이 작품의 사운드트랙은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성과 80~90년대의 감성이 깃든 곡이다. 아일릿은 이 샘플을 곡의 인트로와 스트링 테마에 녹여 넣었고, 결과적으로 로맨틱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멤버들 역시 “이곡을 샘플링하게 되어 영광이었다”고 밝히며, 원곡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전했다. 인트로가 끝날 무렵 반복되며 전환되는 샘플의 음악적 효과는 곡의 분위기를 아일릿의 느낌으로 가져오는데 극적으로 작용했다고 느껴졌으며 몰입도를 확 높이는 효과를 주고 있다.

퓨쳐 펑크 (Future Funk)
해당 곡은 공식적으로는 프렌치 하우스 장르로 소개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퓨쳐 펑크’에 더 가까운 색채를 띠고 있다고 느껴진다. K-POP 씬에서도 다양한 명곡들을 샘플링해 재해석하는 작업은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퓨쳐 펑크 스타일을 이토록 잘 표현한 곡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 아닐까. 퓨쳐 펑크는 일본 시티팝 계열의 음악을 샘플링해 만든 서브컬처 기반의 하우스 장르로,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해외에선 이미 확고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최근 K-POP은 UK 개러지, 마이애미 베이스, 저지 클럽 등 다양한 장르를 흡수해왔고, 이제는 마침내 퓨쳐 펑크까지 흘러 들어온 셈이다. 음악적으로는 퓨처 펑크의 미학을 K-POP 문법 안에 완벽히 녹여냈고, 가사와 뮤직비디오에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등 여러 문화적 요소를 고려한 제작 의도가 엿보인다.

귀엽지만 수줍은, 그 미묘한 균형
‘빌려온 고양이’는 단순히 상큼한 아이돌 송을 넘어, 소녀 감성의 복합적인 층위를 보여주는 곡이다.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과 아직은 조심스러운 태도 사이에서 아일릿은 '고양이처럼 수줍은' 존재로 변모한다. 그 애매한 경계에서 오는 긴장감이 곡 전반에 살아 있으며, 이러한 정서가 무대 퍼포먼스와 맞물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단지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순간순간 어른이 되어가는 마음의 움직임도 담고 있다.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장르를 통한 시도를 해서 신선하다고 느껴졌으며 “아일릿”다움이 무엇인지 잘 표현하고 있다.

아일릿의 감성과 캐치함의 균형
‘빌려온 고양이’는 아일릿이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의 방향성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캐치한 멜로디와 아일릿 특유의 감성, 여기에 세련된 샘플링이 더해져 국내외 리스너 모두의 귀를 사로잡았다. 무대 위의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곡에 담긴 정서적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며, 아일릿만의 색깔을 한층 더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싱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