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감정의 기술: 마이너 9화음은 왜 그리움으로 들리는가?

그리움의 소리: 왜 이 화음은 멀리 있는 감정을 불러오는가
음악에서 마이너 9화음(Minor 9 Chord)은 독특하다. 단순히 슬프지 않다. 단순히 부드럽지도 않다. 이 화음이 등장하면 공기는 느슨해지고, 소리는 공간을 넓히며, 마음은 멀리 있는 것들을 떠올린다.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의 연주,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Love Is A Losing Game’, 혹은 Nujabes의 ‘Luv (sic)’ 같은 곡에서 이 화음은 청자에게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을 선명히 남긴다. 이 감각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화성 구조와 청각 심리학이 결합된 결과다. 마이너 9은 화성적으로 ‘불안정’과 ‘열림’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그 사이의 간극이 청자에게 감정적 거리감을 형성한다.
화성의 구조: 단조와 확장음의 공존
마이너 9화음은 기본적으로 단3도와 단7도를 포함해 어둡고 안정되지 않은 성격을 지닌다. 여기에 9도음(근음에서 한 옥타브 위의 장2도)이 추가되며, 음 간의 간격이 확장되고 공명감이 생긴다. 이로 인해 청자는 화음이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미완의 감정’과 유사하다. 완전하게 정리되지 않은 슬픔과 미묘한 기대감이 뒤섞인 상태를 그대로 소리로 옮긴 화음이다.
심리학의 관점: 감정의 거리와 확장된 음향 공간
청각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음 간격이 확장될수록 청자는 더 넓은 공간감과 시간적 거리감을 경험한다. (Bigand & Poulin-Charronnat, 2006, "Are we ‘experienced listeners’?") 마이너 9화음의 9도음은 근음과의 간격을 벌려 화음을 ‘원근감 있는 음향’으로 인지하게 한다. 이것은 ‘멀리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한’ 청각적 은유를 만든다. 인간은 감정적으로 거리감을 느낄 때 이를 종종 ‘그리움’으로 해석하며, 마이너 9화음은 바로 그 심리적 작용을 자극하는 구조를 가진다.
대표적 사례: 재즈, 네오소울, 로파이의 서정성
마이너 9화음은 재즈 발라드와 네오소울에서 자주 쓰이며, 로파이 힙합의 ‘회상적’ 분위기 역시 이 화음의 색채에 크게 의존한다. 빌 에반스의 ‘Blue in Green’은 마이너 9을 중심으로 한 화성 진행으로 넓고 여백이 많은 정서를 만든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곡에서도 이 화음은 보컬의 여운과 어우러져 감정의 공허함을 강화한다.
닫힌 감정이 아니라 열린 감정이다
마이너 9화음은 감정을 닫지 않는다. 슬픔의 문턱에서 한 발 물러서며, 아직 다가오지 않은 무언가를 기다리듯 여백을 남긴다. 청자는 그 여백에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투사하며, 음악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완성시킨다. 이 화음이 들릴 때 우리는 알 수 없는 거리를 느끼고, 그 거리는 바로 감정이 머무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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