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실수인가 예술인가 – 명곡 속 \'의도된 듯한\' 오류들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명곡들에도,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다. 기타가 삐끗하고, 음이 살짝 삐걱이며, 누군가 갑자기 욕설을 내뱉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모든 것들이 앨범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는 사실. 단순한 편집 실수였을까? 아니면 의도된 연출일까? 음악팬이라면 한 번쯤 궁금했을 “이거 일부러 넣은 거 맞아?” 싶은 순간들을 모아봤다.

 

1. The Beatles – “Hey Jude” (1968)

전설적인 곡 ‘Hey Jude’의 후반부, 코러스가 반복되던 도중 작게 들리는 한마디. 바로 “f*ing hell!”이라는 욕설이다. 이건 당시 폴 매카트니가 보컬 테이크 중 가사를 실수했을 때 튀어나온 말로, 원래는 편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테이크가 너무 완벽했고, 오히려 “너무 인간적이어서 좋다”는 의견이 제작진 내부에서 나왔다. 결국 최종 마스터링 단계에서도 이 부분은 완전히 삭제되지 않았고, 지금도 팬들은 볼륨을 높여 이 숨겨진 욕설을 찾아 듣곤 한다. 곡의 2분 57초 부분에서 들어볼 수 있다.

 

2. Green Day – “Good Riddance (Time of Your Life)” (1997)

곡이 시작되기 전, 기타에서 뭔가 툭— 하고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 이건 빌리 조 암스트롱이 기타 연주를 실수해서 "젠장"이라며 멈춘 순간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보통 이런 실수는 바로 편집하거나 녹음을 다시 하는데, 그린데이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이 곡이 ‘삶의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이면’을 담고 있기에 완벽하게 다듬어진 사운드보다, 실수를 담은 진짜 순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3. Radiohead – “Creep” (1992)

곡이 흘러가다 갑자기 등장하는 쾅— 하는 기타 긁는 소리. 청자는 순간 놀라고, 노래 분위기는 급변한다. 이 파괴적인 기타 사운드는, 사실 기타 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곡 분위기를 맘에 들어하지 않아 일부러 연주 중 난입한 것이었다. 그는 "이 노래는 너무 부드럽고 멜랑콜리해. 뭔가 깨버려야 해"라고 말하며 리허설 중 기타를 강하게 긁어댔고, 프로듀서는 그걸 듣고 “이건 완벽해!” 하며 그대로 삽입했다. 그 결과, 이 기타 긁힘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곡 전체의 감정을 결정짓는 핵심 사운드가 됐다. 지금은 이 소리 없인 ‘Creep’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저항이 곡의 아이덴티티가 된 순간.

 

4. Coldplay - Fix You

“Fix You”의 인트로를 처음 들으면, 어딘가 삐끗한 듯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귀를 간질인다. 마치 음이 어긋난 것처럼 들리는 이 도입부는, 단독으로 들었을 땐 분명 위화감을 준다. 하지만 이건 실수가 아니라, 앨범 흐름 속에서만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연결 장치였다. Coldplay의 세 번째 정규 앨범 X&Y에서, 이 곡은 앞선 트랙인 “White Shadows”와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White Shadows”의 강렬한 아웃트로가 끝나며 흘러나오는 신스 사운드가, 그대로 “Fix You”의 인트로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디지털 음원 플랫폼에서 곡이 개별 트랙 단위로 분리되면서, 이 사운드가 갑자기 시작되는 것처럼 들려 불협화음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생긴 것. 사실은 앨범 전체를 흐름으로 감상할 때 완벽하게 이해되는 ‘의도된 연결’이었던 것이다.

 

5. Kanye West – “Runaway” (2010)

곡의 후반부, 오토튠 된 보컬이 점점 왜곡되고 깨지는 소리를 낸다. 처음 듣는 사람은 마치 파일이 깨진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강한 노이즈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그의 의도였다. 그는 ‘Runaway’를 통해 인간관계의 후회와 파탄, 감정의 붕괴를 표현하고자 했고, 기계적이면서도 점점 무너지는 보컬로 "자기 파괴의 소리"를 구현했다. 심지어 일부 팬들은 이 구간을 “인간이 오토튠을 버그로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인 예”라 칭하기도 한다.

 

마무리하며

때로는 완벽한 멜로디보다, 예기치 못한 삐끗함이 우리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건 실수였을 수도 있고, 충동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요소가 모여 우리가 사랑하는 ‘진짜 음악’이 된다. 당신이 기억하는 '이거 실수 아냐?' 싶은 순간이 있던 음악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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