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잊혀진 명곡 : 시대를 초월한 숨은 보석 같은 음악들

1980년, 케이트 부시(Kate Bush)의 “Breathing” - 핵전쟁의 공포를 숨 쉬다
1980년 4월, 케이트 부시는 두 번째 앨범 Never for Ever의 싱글로 “Breathing”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뮤직비디오와 실험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 곡은 그녀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명곡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Breathing”은 핵전쟁 이후 방사능 낙진 속 태아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케이트 부시는 이 곡을 쓰기 위해 방사능의 영향, 태아 발달 단계, 인체 생리학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곡의 화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 세상의 공기와 불안한 현실을 자궁 속에서 "호흡하며" 느끼는 존재다.가사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Outside gets inside / Through her skin / I’ve been out before / But this time it’s much safer in."
("밖이 안으로 들어와 / 그녀의 피부를 뚫고 / 난 예전에도 나가봤지만 / 이번엔 안이 훨씬 더 안전해.")
 

이 곡은 단순한 생명에 대한 찬가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만든 문명 (특히 핵무기) 가 생명의 근원인 공기조차 더럽히고 있다는, 정치적 경고이자 생태학적 탄식이다.

 

실험적 사운드와 오디오 드라마적 구성

사운드 구성 역시 매우 독창적이다. 곡은 거의 실험적인 오페라에 가깝다. 전반부는 서서히 쌓이는 패드와 저음 신스로 불안을 조성하고, 후반부에서는 급격히 상승하는 보컬과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절정에 도달한다. 중간에는 핵폭탄 폭발 시뮬레이션 방송 음성이 샘플로 삽입된다. 이는 BBC에서 실제 사용된 경고 메시지를 가져온 것으로, 당시 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케이트 부시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자궁 속 태아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재현하며, 공포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가야 하는 아이러니를 표현했다. 그녀는 이 곡을 통해 단순히 ‘감성적 메시지’를 넘어 시적이고 철학적인 은유로 정치적 현실을 직면하게 만들었다.

 

시대를 앞선 예언자적 메시지
“Breathing”은 발표 당시 대중적으로는 이해받지 못했다. “너무 무겁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차트 성적도 영국 싱글 차트 16위에 그쳤고, 라디오 방송에서도 제한적으로만 송출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환경운동과 반핵 캠페인이 확산되며, 이 곡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 곡은 유럽과 일본에서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 다시 “Breathing”을 들어보면, 단순한 음악을 넘어 인간 문명의 위협과 생명의 연약함을 예언한 듯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음악을 넘어선 예술적 선언

“Breathing”은 음악이 단지 감성 전달 수단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경각심과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예술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케이트 부시의 비전은 시대를 앞섰으며, 그녀의 메시지는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이 곡을 듣는다는 것은 단지 80년대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전체의 숨결을 다 시 들여다보는 행위다. 이제 이어폰을 끼고 이 곡을 들어보자. 당신의 심장이 뛰는 동안, 이 노래는 여전히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케이트 부시의 “Breathing”을 소개했다. 다음 달에도 또 하나의 잊혀진 명곡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음악의 힘을 조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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