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CATION]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목소리, 카펜터스

이 세상에서 귀를 가장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목소리를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카펜터스(Carpenters)를 떠올릴 것이다. 맑고 따뜻한 음색, 정교한 멜로디, 슬픔마저 아름답게 감싸는 보컬. 그 모든 조화를 이룬 이들이 바로 리처드, 캐런 카펜터 남매다.

 

재능 있는 남매의 탄생과 성장
카펜터 남매는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태어나, 1963년 캘리포니아 다우니로 이주하며 음악 활동의 기반을 다졌다. 리처드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에 재능을 보였고, 이후 캘리포니아 롱비치 주립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며 본격적인 음악적 기반을 쌓았다. 한편, 여동생 캐런은 당시 여전히 남성 중심이던 악기였던 드럼을 연주하며 눈에 띄는 존재로 성장했다. 이들은 1965년 듀오로 첫 공연을 선보인 후, 재즈 성향의 그룹 “스펙트럼(Spectrum)”과 리처드 카펜터 트리오를 거쳐 자신들의 이름을 딴 Carpenters로 활동을 시작한다.

 

데뷔와 성공의 정점
1969년, A&M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하고 첫 정규 앨범 *《Ticket to Ride》*로 데뷔한 카펜터스는 이듬해인 1970년, “(They Long to Be) Close to You”와 “We've Only Just Begun”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 시작했다. 1973년 발표한 “Top of the World”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며 글로벌 팝 아이콘으로 등극했고, 이후 “Yesterday Once More”와 함께 전성기를 이어갔다. 그들의 음악은 소프트 록, 이지 리스닝,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장르의 대표격으로 자리매김하며, 미국 내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2곡의 1위, 5곡의 2위, AC 차트에서 15곡의 1위, 그리고 총 12곡의 Top 10 히트곡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9천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역사상 손꼽히는 베스트셀러 아티스트다.

 

음악 뒤에 숨겨진 고통과 비극
그러나 빛나는 커리어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했다. 리처드는 과도한 공연 스케줄과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제인 퀘일루드(Quaalude) 중독에 빠졌고, 1979년에는 1년간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캐런 역시 십대 시절 비만을 극복하기 위한 다이어트를 시작으로, 평생 거식증에 시달렸다. 1980년 결혼 후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이혼을 겪은 캐런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더욱 쇠약해졌고, 1983년 2월 4일, 불과 32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이후 그녀의 사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졌으며, 이는 극심한 영양실조와 거식증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공개된 1981년의 마지막 공연 영상은 그녀의 건강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며, 이후 대중에게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현재’다
카펜터스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Yesterday Once More”, “Top of the World”는 발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인의 애창곡으로 남아 있으며, 그들의 노래는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정서적 안식처가 된다. 그들의 노래가 편안하면서도 어딘가 슬프게 들리는 이유는, 그 배경에 깃든 현실적인 고통과 상처, 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음악의 따뜻함 때문이다. 그들이 남긴멜로디는 세월을 타지 않고 여전히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며, 조용히 말을 건다. 카펜터스의 음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며 크게 울리지 않아도 오래 남는 목소리처럼 오늘도 우리 곁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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