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GENRE] 사라지는 끝맺음
페이드아웃이 끝맺음을 맡던 시절은 왜 지나갔을까
한때 음악은 점점 작아지며 사라지곤 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한 멜로디가 천천히 멀어지는 그 순간, 우리는 노래의 여운을 가슴 깊이 안고 마무리 지었다. ‘페이드아웃(fade-out)’이라는 방식은 단지 편집 기법이 아니라, 감정을 마무리하는 하나의 언어였다. 듣는 이는 볼륨을 끝까지 높여보기도 하고, 다시 처음부터 곡을 재생하며 그 여운을 반복했다. 그렇게 음악은 뚜렷한 마침표 없이도 충분히 ‘끝날 수 있는’ 예술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그 여운이 사라졌다. 최신 팝이나 케이팝, 인디 음악을 들어보면, 마지막 음이 명확하게 ‘뚝’ 하고 끊기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노래가 뚜렷하게 끝나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페이드아웃은 언제부터, 왜 우리 곁에서 조용히 사라진 걸까?
페이드아웃의 전성기, 그리고 그 역할
페이드아웃은 60~90년대에 특히 활발히 쓰이던 엔딩 방식이었다. 비틀즈의 「Hey Jude」,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 ABBA의 「Dancing Queen」 같은 곡들은 모두 이 기법을 활용했다. 당시에는 밴드의 연주가 실제로도 길게 이어졌고, 스튜디오에서는 이 연주를 점점 줄여가며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음악’을 완성했다. 무대의 불이 꺼지지 않은 채 조용히 퇴장하는 느낌이랄까. 청자는 그 안에서 여운을 곱씹었고, 음악은 ‘끝나지 않는 감정’으로 남았다.
지금은 왜 페이드아웃이 사라졌는가?
페이드아웃의 퇴장은 단순한 유행의 변화라기보단, 음악 제작 환경과 소비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라이브 퍼포먼스 중심의 음악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무대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페이드아웃은 자연히 설 자리를 잃었다. 공연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조명이 꺼지고, 관객이 박수치는 명확한 엔딩이 필요하다. 흐릿하게 사라지는 곡보다 ‘딱’ 끊어지는 곡이 무대 연출상 훨씬 효율적이다. 둘째는 디지털 제작 환경의 영향이다.
아날로그 테이프 시대에는 테이프를 돌려가며 사운드를 자연스럽게 줄이는 방식이 익숙했지만, 요즘은 디지털 DAW에서 깔끔하게 컷을 내는 것이 훨씬 직관적이고 정돈되어 보인다. 엔지니어 입장에서도 페이드아웃보다는 ‘완결된 구조’가 더 선호되는 것이다. 셋째, 스트리밍 기반의 청취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스킵 한 번으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청취자에게 긴 여운은 오히려 맥을 끊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의 집중력이 짧아지고, 인상적인 엔딩이 필요해진 시대다. 마지막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많은 곡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에너지를 유지하거나, 감정을 극대화한 채 멈추는 방식을 택한다.
여운이라는 감정의 언어
그렇다고 해서 페이드아웃이 단순한 편집 기술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것은 감정의 흐름이자, 일종의 퇴장 방식이었다. 소리가 사라질수록 마음도 조용히 정리되었고,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감정의 마무리를 느꼈다. 실제로 페이드아웃은 이야기의 끝을 말하지 않는 대신, 청자에게 상상력을 남겨주는 마법 같은 엔딩이었다. 지금은 음악이 ‘끝을 책임지는 시대’다. 다양한 방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빌리 아일리시의 「What Was I Made For?」처럼 명확한 코드로 마무리하거나, 프랭크 오션의 「Nights」처럼 불규칙적으로 붕괴시키기도 한다. 어떤 곡은 자연음으로 흘러가듯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곡은 단호하게 끊긴다. 모두 다른 스타일이지만, 공통점은 ‘스스로 엔딩을 정의한다’는 점이다.
추천 트랙으로 비교해보는 엔딩 방식
과거의 페이드아웃 명곡들 :
• The Beatles – Hey Jude
• Michael Jackson – Billie Jean
• ABBA – Dancing Queen
• Elton John – Rocket Man
• Whitney Houston – I Wanna Dance with Somebody
명확한 엔딩을 갖는 최근 곡들 :
• Billie Eilish – Happier Than Ever
• Adele – Easy on Me
• Olivia Rodrigo – drivers license
• Lana Del Rey – A&W
• Taylor Swift – champagne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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