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피타고라스의 음계와 수학

피타고라스, 음악을 수학으로 풀다

피타고라스(Pythagoras, 기원전 570~495년 경)가 음악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것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인류 최초의 과학적 음향 연구로 평가된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대장간에서 망치 소리가 다른 이유를 연구하다가 무게 비율과 음정의 상관관계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 학자들은 그가 실제로 모노코드(monochord, 단현악기)를 사용해 체계적인 실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모노코드는 현 하나로 된 실험용 악기로, 이동 가능한 브릿지로 현의 길이를 조절해 음정을 측정했다. 피타고라스는 이 도구로 다음과 같은 핵심 비율을 확인했다.

• 1:2 (옥타브)
• 2:3 (완전5도)
• 3:4 (완전4도)
• 4:5 (장3도)

이 비율들은 고조파(harmonics)의 물리적 현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현의 진동수가 정수비일 때 협화음이 발생하는 것은 헬름홀츠(Helmholtz)의 공명 이론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피타고라스 음계의 수학적 구성 : 완전5도의 누적과 한계

피타고라스 음계는 3/2 비율의 거듭제곱으로 구성된다. 수학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 을 계산 후 옥타브 조정(÷ )
• 예: 7번째 완전5도(E→B→F♯→C♯→G♯→D♯→A♯)는 ≈ 17.09, 이를 4옥타브로 나누면 ≈ 1.068 (피타고라스 콤마)

이 과정에서 12음계를 닫기 위한 문제가 발생한다. 순수한 완전5도 12개를 쌓으면 ≈ 129.746, 이론적 7옥타브 =128과의 차이(1.0136배)가 바로 피타고라스 콤마다. 이 오차로 인해 피타고라스 음계는 늑대 음정(Wolf interval)이라는 극심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구간이 생긴다.

 

피타고라스 vs 현대 음계

• 조옮김 시 불협화음 발생.
• 중세 평균율(Meantone): 피타고라스 콤마를 부분 보정하나, 일부 음정이 왜곡.
• 12평균율(Equal Temperament): 비율로 모든 반음을 균등화. 모든 조성에서 자유롭지만, 순수한 화음에서 약간 이탈.

 

수학적 비교 표

• 조옮김 시 불협화음 발생.

음정 I 피타고라스 비율 I 12평균율 비율

완전 5도 I 3:2 (1.500) I 27/12≈1.49827/12≈1.498

장3도 I 81:64 (1.266) I 24/12≈1.26024/12≈1.260

 

피타고라스 음계의 장3도(81:64)는 순정률(5:4)보다 신토닉 콤마(Syntonic comma)"만큼(약 1.0125배) 높아, 중세 시대에는 "불안정한 3도"로 여겨졌다.

 

현대 과학이 밝혀낸 피타고라스의 유산
• 디지털 신호 처리: FFT(Fast Fourier Transform)로 음파를 주파수 분석할 때 피타고라스 비율이 기본이 됨.
• 합성 음원: FM 신디사이징은 피타고라스 정수를 이용해 배음 조합을 생성.
• 신경 과학: 뇌가 3:2 비율을 "편안함"으로 인식하는 현상은 fMRI 연구로 확인됨(Sacks, 2007).

 

피타고라스 음계의 예술적 적용 사례
• 그레고리오 성가: 단선율 음악이지만 피타고라스 5도 진행을 기반으로 함.
• 바흐의 《평균율》: 피타고라스 콤마 문제를 해결한 평균율의 완성체.
• 현대 미니멀리즘: 스티브 라이히의 《Piano Phase》는 5도 순환을 전자음으로 확장.

 

수학 없는 음악은 없다

피타고라스의 단순한 현 실험은 인류에게 음악이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숨겨진 수학적 언어로 쓰인 우주의 비밀임을 깨닫게 했다. 그의 음계 이론은 중세 대학의 교과과정에서 현대 AI 음악 생성에 이르기까지 2,500년 동안 이어지는 지적 유산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평균율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디지털 신호 처리로 완벽한 화음을 구현할 수 있는 것도 모두 피타고라스의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음악과 수학의 이 놀라운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프랙탈 기하학과 재즈 즉흥연주'를 주제로, 자연의 수학적 패턴이 어떻게 예술적 창의성과 만나는지 알아보겠다.